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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2-29 00:00
2008년 2월 26일자 조선일보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67  

서로 다른 경험, 의문 갖는 게 중요해요

어린이 철학 교육 


철학, 성인이 돼야 배울 수 있는 어려운 학문이라 생각하지만 어릴 때부터 철학적 사고습관을 들이면 생각의 최상의 개념인 비판과 추론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어린이철학연구소를 통해 22년째 어린이 철학교육에 힘쓰고 있는 손재원 원장에게 어린이 철학교육에 대해 들었다. 


▲ 어린이 철학교육은 자신의 생생각에 대한 이유다운 이유를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린이 철학 교육 연구소에서 찬반토론에 몰입하고 있는 어린이들

어린이 철학교육, 왜 필요한가

어린이 철학교육은 철학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철학적 문제제기를 통해 자기 생각에 대한 이유다운 이유를 찾고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생각, 남을 배려하는 능력도 배운다. 철학적 사고훈련은 혼자서도 할 수 있고,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가능하다. 미국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The Institute for the Advancement of Philosophy for Children, IAPC)의 철학동화 ‘고래구경(Kio and Gus)’에선 할아버지와도 철학적 담론으로 다양한 생각을 나눈다.

국어ㆍ수학ㆍ과학ㆍ역사, 심지어 음악ㆍ미술 등 학교 교과 속에서도 철학적 사고는 가능하다. 어떤 형태의 철학교육이든 단편적인 지식을 그대로 수긍하지 않고 궁금증을 품는 것에서 출발하며, 토론을 통해 내가 품은 생각의 이유와 나와 다른 생각의 이유를 함께 생각한다. 어린이의 철학적 사고능력은 탐구공동체 안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길러진다.  서로의 사고를 자극하면서 함께 탐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철학교육, 어떤 효과들이 있나?

추론 원리와 기술을 습득하고, 지식을 생산하는 것은 어린이 철학교육의 가장 큰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는 그 자체로 의미 있지만 이를 자기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사용할 때 더 큰 의미가 있다. 추론 원리와 기술을 습득하고 나면 지식을 구성하고 지식을 재생산할 수도 있다. 예컨대, ‘모든 사람은 죽는다(대전제),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소전제),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결론)’는 삼단논법을 알면 전제가 참일 때 결론이 필연적으로 참인 논리구조를 알게 되고, 이를 이용해 다른 것까지도 추론할 수 있게 된다. 

추론 기술은 철학교육에서 탐구주제를 찾는데도 이용된다. 어떤 학생이 ‘장난감’이라는 개념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장난감의 원가는 얼마일까?’ 의구심을 가졌다 치자. 이때 물음의 전제는 장난감이 비싸다는 것. 자신의 생각에 대한 논거를 제시하는 과정에도 추론이 쓰인다. 딱 일치하진 않지만 탐구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결론에 해당하고, 그 이유는 전제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질문을 찾는 과정에도, 자신의 논거를 제시할 때도 추론기술이 이용된다. 추론 기술은 대화나 토론에도 유용하다. 책의 핵심을 파악하고 교과서 내용을 폭넓게 이해하는 데도 도움된다.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거나 발견하는 것도 어린이 철학교육의 효과. 어떤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와 토론을 하기 전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이유를 잘 생각하지 않으며 자신과 다른 생각의 이유도 생각하기 힘들다. 토론을 통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나누는 경험이 쌓이면서 탐구주제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는 셈. 철학적 의미는 하나의 개념에 대해 창의적인 문제제기나 논리적인 통찰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문제해결의 절차인 탐구방법을 익히는 것 또한 교육 효과로 빼놓을 수 없다. 주어진 사실(Given fact)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잘 모르는 것, 더 알고 싶은 것, 주어진 것과 다른 물음을 품고, 다시 그 물음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의 이유나 사례를 제시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구성하게 된다. 어떤 이론이나 사실도 고정불변인 것은 없다. 기존의 사진을 반추하고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에서 의아한 점을 발견, 문제 제기하며 그것에 대한 근거를 찾음으로써 새로운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는 것이다. 

과학자 뒤프르는 말벌이 침을 놓은 곤충은 죽은 듯 움직이지 않으나, 썩지도 죽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보고 의아해 했다. 뒤프르는 벌이 곤충에게 방부제 성분을 침 놓아 곤충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파브르의 탐구는 여기서 시작됐다. 과연 방부제를 놓았을까? 곤충을 투명한 곳에 뒀더니 움직이진 않지만 똥을 쌌다.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곤충에게 전류를 흘려 보냈더니 전기자극에 미세하게 다리가 떨렸다. 방부제는 아니다. 파브르는 ‘그렇다면 뭘까?’ 하고 새로운 탐구주제로 옮겨갔다. 벌이 바구미의 어디에 침을 놓는지 봤더니 다리와 다리 사이였다. 바구미는 다리에 모든 신경이 모여 있는 터라 말벌이 그곳에 침을 놓으면 신경이 마비됐던 것. 인간으로 치자면 뇌사 상태와 비슷한 것 아닐까? 파브르는 자신이 처음 품은 의아심을 풀고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할 수 있는 관찰을 계속했고, 결국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냈다.

이처럼 철학교육을 꾸준히 경험하면서 아이는 일련의 탐구과정을 익힐 뿐 아니라 지식을 재구성할 줄 알게 된다. 철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 어린이 철학교육의 핵심. 어떤 것도 그냥 넘기지 않고 스스로 문제제기하며 자기 생각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는 과정에서 추론 능력이 자라고, 의미를 찾으면서 자주적이며 탐구적인 아이로 자라게 해 준다.

Tip! 철학적 사고능력 키워주는 엄마표 DIY 철학교육

1.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 무렵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을 소중히 여긴다. 질문에 관심 갖고 칭찬해 주면 아이는 앞으로 더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물음이 답보다 중요하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기억할 것.

2. 아이 질문에 바로 답하기 보다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묻는다.

3. 아이 질문을 받았을 때 아이 생각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한다. 스스로 이유를 생각할 시간도 줘, 스스로 문제제기하고 스스로 적절한 이유 찾기 능력을 키워준다.

4. 아이의 질문과 생각이 우선이지만, 아이가 부모의 생각과 이유를 알고 싶어한다면 아이 수준에 맞는 이유와 근거 있는 생각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아이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음을 체득적으로 배운다.

5. 독서 후 내용요약, 등장인물의 성격, 인상적인 점 등을 찾는 것은 기본. 잘 모르는 것, 더 알고픈 것, 책과 다른 생각을 이끌어내는 습관을 들인다. 책 안의 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과 이유를 생각하고 엄마와 토론을 해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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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금옥 기자 | 사진 김승완 기자

사진: 입력 : 2008.02.25 13:23 / 수정 : 2008.02.25 18:52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