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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8-21 00:00
철학교육을 되돌아보며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
 글쓴이 : 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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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교육을 뒤돌아보며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본다




본 연구소가 문을 연 해가 1986년 7월이니까 어언 25년이 된다. 의욕만 가지고 겁 없이 뛰어들었지만, 학계와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님들과 나아가 언론계의 비상한 관심과 성원 속에 누구도 감히 감내하기 힘든 철학교육 선구자의 길을 걸어왔다. 불모지에서 시작할 수는 없는 법, 서울교대 철학동문회원들의 헌신적 참여와 미국아동철학개발연구원(IAPC)의 탄탄한 연구성과가 비빌 언덕이 되어주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동문회원들과 미국에서 펴낸 어린이 철학교육 관련 이론서(Philosophy in the Classroom, Philosophy and Young Child 등), 교재(Harry, Pixie, Kio and Gus 등), 그 밖에 교사용 지도서들을 공부하고 우리말로 번역하여 펴내는 일이었다. 이 방대한 일을 몇 년 동안 하면서 어린이 철학교육에 관한 기초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창작 철학동화를 일간지(한국일보 등) 및 월간지(소년중앙, 새소년 등)에 연재하였고, 이를 모아 여러 권의 철학동화책(노마의 발견 등)을 펴낼 수 있었다. 이 작업들을 통해 본 연구소는 학계, 교육계, 언론, 학부모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고, 비로소 본격적인 철학교육 활동을 전개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미국의 어린이 철학교육 연구 성과를 철저히 익힌 다음 이를 우리말로 펴내는 일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교육 풍토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본 연구소가 당면한 최대의 과제였다. 우리의 교육 과정, 전통, 문화, 역사에 적합한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여 유치부부터 초등, 중등에 걸쳐 각 단계 철학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오는 데 20여년이 걸렸다. 최근에는 그동안 운용해온 적응반과 심화반 프로그램 외에 수월성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부단한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누군가 지난 한 세기를 ‘문명사적 갈림길’ 그리고 21세기를 ‘대전환기의 문명’이라고 했는데, 지난 20여년은 컴퓨터공학, 유전공학, 로보스틱스, 나노테크로지의 급속한 발달에서 보듯 급변하는 기술 문명시대를 맞고 있다. 속도의 문명은 곧 변화의 문명인지라 새로 개발되어 나오는 기기를 사용하는 기술을 익히기가 쉽지 않고, 과거의 가치(인간중심 등)와 갈등하는 현대의 가치(금전만능 등)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우리는 편리하고 풍요로운 과학기술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가운데 정신적 빈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지나 않은가? 그 밖에 과소비로 인한 자연자원의 고갈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의 급변과 환경오염은 가장 시급하게 해결을 요하는 문제다. 지금 인류는 자신이 이룩한 과학 기술문명의 결과로 소리 없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어 어떤 근본적인 대책과 조치가 필요한데, 이는 과학의 문제를 넘어 철학의 과제이기도 하다.

안으로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본 연구소가 철학교육을 해온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세계화 속에서 눈부신 경제적 발전을 이루고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국민적 위화감과 갈등, 양극화, 가정파괴(높은 이혼율), 청년실업 등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이러한 도전 앞에 우리는 어떤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인가? 이는 사회 경제적 문제이자 철학적 문제이기도 하다. 철학교육은 현실을 외면할 수 없고, 현실에 뿌리를 내릴 때 슬기로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동안 연마해온 문제의 발견을 출발점으로 한 소크라테스식 대화토론이 더욱 빛을 발할 때가 찾아왔다고나 할까, 안팎의 시련 앞에 내일의 철학교육은 좀더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며 실천적 지혜를 탐구해 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