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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11-09 00:00
생각을 제대로 하기 위한 방법: 질문하기(1)
 글쓴이 : 박흥택(교…
조회 : 2,606  

생각을 제대로 하기 위한 방법: 질문하기

-책 읽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하기

-책 읽고 토론거리 찾기 위한 질문하기

-토론하면서 근거를 비판하는 질문하기

 

 

생각을 제대로 하기 위한 방법: 질문하기(1)

 

박흥택(교육팀장)

 

 

철학수업에서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니 철학수업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뭔가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저게 뭐지?” 부시맨이 하늘에서 떨어진 콜라병을 보고 머릿속에 떠올린 것도 질문입니다. 또한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킨 것을 풀어야 할 때도 질문해야 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차분하게 살펴보며 실마리를 찾아내면 아무리 복잡한 실타래도 풀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점점 질문하는 것을 피하려하고, 질문하는 방법을 잘 몰라 우왕좌왕 할 때가 많습니다. 질문이 중요하다면 어떻게 해야 질문을 잘할 수 있을까요? 더욱이 어떻게 해야 좋은 질문을 잘할 수 있을까요? 질문하는 방법을 익히고 생활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철학수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질문의 종류는 참으로 많습니다. 전통적으로 철학의 분야는 크게 형이상학, 인식론, 논리학, 윤리학, 미학으로 구분되는데 이들 각 분야에 해당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또한 내용에 따라 역사철학, 법철학, 예술철학, 사회철학, 과학철학 등에 해당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학생들이 철학수업을 하면서 하게 되는 질문들을 수업의 과정에 따라 구분하고자 합니다. 철학수업은 내용확인질문, 토론거리질문, 근거비판질문으로 진행합니다. 주어진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확인하기 위한 질문, 그것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만한 토론거리로서의 질문, 상대방의 근거를 비롯하여 자신의 근거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따져보는 질문입니다.

 

그 첫 번째로 내용확인 질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린이 철학교육 연구소에서는 선정된 책을 읽고 도서 내용을 탐구하는 수업주어진 교재의 내용을 통해 다양한 사고기술을 익히는 수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선정도서를 읽고 어떻게 내용확인 질문을 하면 좋은지 1학년 2학기 3과 선정도서인 개구리네 한솥밥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책은 가난하고 마음 착한 개구리가 쌀 한 말을 얻으러 벌 건너 형을 찾아 가다가 다른 동물들을 도와주고, 돌아오는 길에 자신이 도와주었던 그 동물들로부터 도움을 받고는 한솥밥을 지어 같이 먹는 이야기입니다. 개구리가 도와주고 도움을 받은 동물들은 발 다친 소시랑게, 길 잃은 방아깨비, 구멍에 빠진 쇠똥구리, 풀에 걸린 하늘소, 물웅덩이에 빠진 개똥벌레입니다. 개똥레는 등불 받아 길을 밝혀주고, 하늘소는 무거운 짐 받아지고, 쇠똥구리는 쇠똥 더미 굴려 막혔던 길 열어주고, 방아깨비는 벼 한 말을 다 찧어주고, 소시랑게는 흰밥 한 솥 지어줍니다.

 

먼저 이 책의 주인공인 개구리에 대해서 질문할 수 있습니다.

 

개구리는 어떤 개구리인가요?” 가난하고 착한 개구리입니다.

 

개구리가 가난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개구리가 착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개구리가 가난하다는 것은 쌀 한 말을 얻으러 형을 찾아가는 것으로 알 수 있으며, 개구리가 착하다는 것은 다른 동물들을 도와주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추가 질문할 수 있습니다. “형에게 쌀 한 말을 얻으러 가면 가난한 것일까요? 다른 동물들을 도와주면 착한 것일까요?”

 

개구리는 어디에 무엇을 하러 갔나요?” 형에게 쌀 한 말을 얻으러 갔습니다. 여기서 은 중요한 단어입니다. 형에게서 얻은 것은 이 아니라 이기 때문입니다.

 

개구리는 형에게서 무엇을 얻어 왔나요?” 쌀이 아니라 벼입니다. “쌀과 벼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벼를 가져온 것은 쌀을 가져온 것보다 적게 가져온 것입니다. 왜일까요?” 쌀은 벼에서 껍질을 벗겨낸 알맹이입니다. 벼 한 말에서 벗겨낸 껍질을 빼면 쌀은 한 말보다 적습니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생깁니다. “그러면 동물들을 도와준 것은 손해네요?” 무엇을 보고 이 아이는 손해라고 했을까요? 벼의 양과 쌀의 양을 비교함으로써 손해라고 한 것입니다.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런 질문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개구리는 왜 쌀이 아니라 벼를 받아올 수밖에 없었을까요?” 개구리는 다른 동물들을 도와주느라 형네 집에 왔을 때는 이미 날이 저물었습니다. 개구리네 형은 동생이 올 줄 알았을까요? 알았다면 쌀 한 말을 자루에 담아놓고 기다렸겠지요. 그럼에도 아이들은 질문이 생깁니다. “개구리를 재워주고 다음날 쌀을 주어서 보내면 되잖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고 날이 저물어 어두울 때 개구리는 길을 나섰을까요? 아이들은 곰곰이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생각을 털어놓습니다.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깜깜할 때 집에 왔던 일, 가족여행 갔다가 날이 어두워서 집에 왔던 일 등 각자 비슷한 경험들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왜 어두울 때 집에 돌아왔는지를 얘기합니다. 개구리도 아이들과 비슷한 사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개구리는 발을 다친 소시랑게는 왜 도와주었나요?” 이 질문에 당연히 도와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할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발을 다친 소시랑게를 도와주는 것이 왜 당연한 일일까요? 자신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판단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발을 다친 소시랑게를 도와주는 것이 왜 당연한 것일까요?” 아이들은 말합니다. “선생님 바보예요? 선생님은 다친 사람을 안 도와주고 그냥 지나치나요?” “맞아요 선생님은 바보예요. 선생님은 나빠요.”라고 합창하듯 얘기하는 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리시나요? 그런데 우리는 다친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개구리가 발을 다친 소시랑게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소시랑게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왜 소시랑게를 도와주어야 하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질문입니다. 단순히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어떤 이유 때문에 도와주어야 하는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대목에서 아이들은 비슷한 자신들의 경험을 얘기합니다. 다친 곤충을 본 적이 있다든가, 다친 동물을 본 적이 있다는가, 다친 아이를 본 적이 있다든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경우들을 보았던 경험을 떠올리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개구리가 도와준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으로 질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수업시간에 이 모든 질문들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얘기하고 더 탐구해볼 질문들을 찾을 수 있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