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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6-05 14:53
무엇이 아이를 울게 했을까?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873  
  
   함께 탐구할 탐구 동아리를 구성하고 그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반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탐구 활동을 해 나가는 일은 토론을 기반으로 하는 철학수업, 사고력 수업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구성원 간에 친밀도가 높고 토론에 대한 룰에 익숙해지면 각자가 가진 생각을 보다 자유롭게 발표하면서도 원활한 토론을 진행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 연구소도, 학부모님들께서도 이를 숙지하고 있어 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긴 하지만 학기가 진행되다 보면 학생들마다 개인적인 여러 사정들이 생겨 이탈학생이 생기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반이 해체되기도 합니다.
 
지난 토요일(5/31)에도 반 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3년 정도 철학수업‘cps 문제해결력프로그램을 함께 수업하던 학생이 cps수업하는 반의 해체 문제와 관련한 어른들의 고민을 부끄럽게 한 사건입니다.
이 아이는 현재 4학년 여자 아이인데, 경기도 용인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본 연구소에 오는 아이입니다. 집이 멀다 보니 수업 올 때마다 온 가족이 움직여야 하고, 주말 하루를 다 투자해야 하지요. 더구나 100분짜리 수업 2타임을 내리 연결해서 해야 하니 아이도 부모님도 만만한 주말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 아이는 수업을 수강 한 후 한 번의 결석도 없이 수업에 참여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cps 수업을 하는 반이 인원 감소로 인해 반 유지를 고민하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연구소 입장에서는 수업적, 경영적 측면과 더불어 학부모님들의 개별적인 사정들과 장기적인 반의 안정적 유지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해체 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마침 수업을 마치고 이 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사무실에 올라왔더군요. 다음 과정 등록을 망설이는 어머니에게 아이는 수업을 계속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등록을 종용하다가 아이를 설득하려는 엄마의 의견 맞서 눈물까지 흘리며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더군요.
그 모습을 보면서 결국 어머니도, 연구소도, 담임선생님도 반 유지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하기로 하고 아이는 엄마와 함께 귀가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다음날 다른 학부모님들과 다시 상의해서 반을 유지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무엇이 아이에게 그토록 강력한 의지를 갖게 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 아이는 아빠가 다쳐서 차를 운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3학년 때 혼자서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면서 수업을 하러 온 적도 있다더군요. 초등학교 3학년 여자 아이가 기흥에서 낙성대까지 혼자라도 수업하러 오겠다고 나서게 하는 것은 단지 재미있다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 이면에는 수업을 통한 성장과 발전에 대해 아이 스스로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 합니다. 탐구를 통한 앎의 과정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느끼고, 그런 성장을 경험하고 더 큰 발전에 대한 열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구소는 늘 두 가지 측면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갈등 합니다.
하나는 가장 바람직한 철학수업 성과를 향한 이상이고 다른 하나는 경영 이라는 현실입니다.
늘 그 고민의 경계에서 줄타기 하고 있지요.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초심의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현실적인 경영의 문제는 최상의 수업과 학생 한명 한명에 대한 관심과 애정 속에서만 해결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앞으로도 이러한 문제에 직면하고 다시 갈등 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될 요소가 무엇인지를 되짚어 보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고 근거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는 아이들과 무엇을 지향하며 수업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이 고민이 연구소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