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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9-30 09:55
탐구공동체: 민주주의를 위한 교육(Ann Margaret Sharp)
 글쓴이 : 백서원
조회 : 287  
(1) 교실에서의 탐구공동체(community of inquiry)란?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의 철학교육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탐구공동체'란 민주주의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전제 조건인 공동체 의식을 증진시키기 위한 교육적 수단이며, 대화, 토론, 질문, 반성적 탐구, 양질의 판단 등을 함양합니다. 이러한 탐구공동체가 교실 안에서 조성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까요? 탐구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보이는 특징과 성향, 태도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또, 이러한 탐구공동체가 갖는 사회적, 윤리적, 정치적 의의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2) 탐구공동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인지적 행동들(cognitive behaviors)

 ▶ 좋은 이유를 제시하고, 상대방에게도 그렇게 하기를 요구합니다.
 ▶ (개념들을) 잘 구분하고 연결하여 타당한 추론을 이끌어냅니다.
 ▶ 가설을 제시하고, 반례를 생각해내고, 숨은 전제들을 찾아냅니다.
 ▶ 좋은 질문을 하고, 결론을 추론해내고, 논리적 오류를 알아차립니다.
 ▶ 좋은 유비를 사용하며, 대안적인 관점들을 제시하고, 논리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탐구공동체의 참여자들은 지식이 형성되는 과정이 인간의 참여적 행위에 기반한다는 것을 인지하며, 따라서 인간적인 이해관계나 여러 가지 실천적 요인들에 영향을 받으므로 언제나 수정의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나아가, 이러한 과정으로 형성된 지식은 절대적인 진리로 정당화될 수는 없으며, 언제나 잠정적입니다. 따라서, 대화법에 대한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한 ‘좋은 실천적 판단력(good practical judgment)’이 요구됩니다. 지식이란 인간 활동으로부터 불가분적이며, 완전한 진리에 도달했다는 절대적인 기준이란 없으므로 지식의 획득과 유지는 항상 활발하게 진행되는 과정이어야만 하겠습니다.

(3) 탐구공동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회적 행동들(social behaviors)

 ▶ 서로의 발언을 귀기울여 경청합니다.
 ▶ 각자의 견해를 강화해 주거나 풍부하게 해 줌으로써 서로를 지지합니다.
 ▶ 타인의 견해를 비판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 ▶ 각자가 의견을 표명하도록 독려하고 모든 의견을 진지하게 고려합니다.

탐구공동체 내에서는 일종의 ‘배려(care)’의 분위기가 만연해집니다: 단지 토론의 논리적 절차뿐 아니라, 공동체의 각 구성원들 개인의 성장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뜻이지요. 이와 같은 ‘배려’는 상대방에게 열려 있고, 타인의 견해가 나의 견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성향을 전제로 합니다. 이러한 배려는 토론을 통한 교육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데에도 필수적입니다. 상호 신뢰는 개별적 참여자들의 자율성(autonomy)과 자존감(self-esteem) 고취의 전제조건이 되지요. 이러한 배려와 신뢰가 구축된 탐구공동체에서, 학생들은 1) 자신이 토론에서 주인공이고자 하는 태도를 버리고, 2) 언제나 자신만이 옳고자 하는 욕구를 버리고, 3) 자신의 의견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버리게 됩니다.

(4) 탐구공동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심리적/사회심리적 특성들(psychological/socio-psychological characteristics)

 ▶ 토론과 대화의 과정을 통해 타인의 자아를 존중합니다.
 ▶ 자신의 자의식 과잉, 이기심 등을 절제하여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법을 배웁니다.
 ▶ 토론과 의견 교류를 저해하는 과도한 독백을 자제하게 되며, 상대방의 말을 듣기 위해 발언을 참고 대화하는 방법을 체득합니다.

탐구공동체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토론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토론의 경과에 따라 자신의 믿음 체계를 수정할 의지를 가집니다. 이러한 자기수정 방법론(self-correcting methodology)을 익힌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실천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되지요.

(5) 개별 학생과 탐구공동체 간의 관계

각 학생과 공동체는 상호의존적입니다. 즉, 공동체의 성공 여부는 개인의 의견 표출과 고유성 표현에 달려 있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개인의 표현은 소수에 편중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 모두의’ 기여를 의미하므로,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함과 동시에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법도 체득해야 합니다. 잘 조직된 탐구공동체는 단지 하나의 ‘모임’이지도, 여러 명의 ‘개인들’이지도 않으며 ‘개인들이 상호 소통을 이루어가는 장’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상호 소통의 장이 확립되면, 토론에 참가하는 참여자들도 위험을 무릅쓰고 의사소통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수줍은 학생은 자신의 의견이 처음에는 다소 무시됨에도 불구하고 논의에 기여하고자 여러 번 발언을 시도하지요. 또한, 독단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자제하는 법을 배우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6) 탐구공동체에서 고려해야 할 도덕적/정치적(moral/political) 사항들

교육의 목적은 단지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나아가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보다 나은 실천적 판단과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책임감 있는 사회 구성원을 양육하는 데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회 구성원은 여러 가지 판단에 있어 옳고 그름, 적절함과 부적절함, 미와 추 등을 가려낼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하지요. 이 때, 토론은 이러한 교육의 기능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절합니다. 마지막으로, 참된 탐구공동체에서 이루어지는 열린 토론, 다원주의, 주체성 함양 등은 자유민주주의에서 장려되는 정치적 덕목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탐구공동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적 대화와 탐구를 통해 성인이 되어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 구성에 기여하고 능동적 역할을 수행하는 어엿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탐구공동체는 도덕적이며 정치적인 덕목들을 훈련하는 실천(praxis)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