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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3-03 17:04
관찰이 만드는 경이(驚異)의 순간
 글쓴이 : 박영대
조회 : 74  

 

 초등 2학년 <살아 있는 글쓰기> 2과의 선정도서는 <구름 박사님~ 날씨 일기 쓰세요?>입니다. 이 도서에는 기상학자 루크 하워드가 어떻게 구름을 관찰했고, 그 결과 어떤 업적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하워드는 구름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였습니다. 성인이 된 그는 구름을 구분하는 분류법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만든 분류법은
 복잡한 구름의 모양을 간단하게 분류한 것으로 후에 과학적 분류의 기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의 업적을 접하며, 최근에 봤던 하늘과 구름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어떤 색깔의 하늘, 어떤 모양의 구름을 눈에 담았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하늘이 시야에 들어올 무렵, 저기에 “하늘이 있구나...” 이렇게 ‘판단’ 하고는 시선을 이내 거두어들였습니다. 그러니 하늘의 색깔이나 구름의 모양이 생각나지 않을 수밖에요. 하지만 하워드가 하늘을 바라보는 방식은 달랐습시다.  그는 매일 자신의 시선을 구름에 맞추었고, 그 시선은 오래도록 구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제가 구름을 스치듯 봤다면 그는 구름을 몰입하여 ‘관찰’한 것이지요.
    
  그가 그토록 몰입하여 관찰을 할 수 있었던 비밀은 무엇일까요? 하워드는 어린 시절부터 날씨와 구름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름에 대한 호기심이 크다 보니 그것을 알고자 하는 욕구 또한 강하게 생겼겠죠.
    
  그는 기존의 관념을 가지고 구름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구름을 '제대로' 봤습니다. 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궁금증과 호기심을 발동시켜 자신의 시선을 그곳에 머물게 하며 '지속적인' 관찰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때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구름의 구분법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을 것입니다. 창조란 바로 이런 것 같습니다. 궁금증과 호기심을 지닌 채 몰입하여 보고, 집요하게 관찰하면서 지금까지 새로운 무언가를 보는것. 관찰을 하며 익숙함과 결별하는 것 말입니다.
    
  하워드가 구름의 비밀을 마주한 순간이 철학자들이 그토록 강조했던 “경이(驚異)”의 순간이 아니었을까요?


<살아 있는 글쓰기> 수업에서 '관찰'을 중요한 키워드로 내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평소에 그냥 지나치던 대상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새로운 의미와 궁금증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글에 담았을 때 자신만의 생각이 담겨 있는 '살아 있는 글'이 완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